90일 시한부로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달 말, 베트남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에는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무역협상 시한까지 양국 정상의 담판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을 참조은경제연구소 이인철 소장과 진단한다.
고위급 협상 마친 美·中, 그러나 여전한 견해차
미국 현지 시간 1월 30일과 31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90일간 무역 분쟁을 멈추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이후, 미·중 협상단이 두 번째로 마주 앉는 자리였다. 지난 달 7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가진 양국은 일부 합의점을 찾으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번 협상에서도 일부 합의 사항이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국의 의견 차이는 여전해 보인다.
일부 합의 도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의견차
워싱턴에서 이틀간 협상을 벌인 결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과 에너지, 공산품의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강제 이전 문제 또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동의했다. 하지만 중요 쟁점에 관해서는 상당한 입장차를 노출해왔다. 미국은 구조적 이슈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이 ‘대두(콩) 수입확대’를 약속한 게 상징적이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굴기(堀起)를 상징하는 일명 ‘중국 제조 2025’를 개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 기술 정책에 대해서는 기술패권을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제안에도 불구하고 미·중 회담 사실상 연기
위싱턴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뒤, 언론에서는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제안도 있고, 2월 27일과 28일,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현지 시간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이전에
시진핑 주석과 만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물론 이 달 정상회담 불발로 무역협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이번 주 베이징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는 등 꾸준히 협상을 진행하면서 입장 차이를 줄여갈 방침이다. 관건은 무역협상 시한인 3월 1일 이후에 추가적인 대중 관세가 부과될지 여부다.
다가오는 무역협상 마감 시한, 커지는 정치적 부담
미·중 양측이 휴전 기간 안에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다. 그런데 실제로 관세 부과가 전면화될 경우,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경제 침체로 정치적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무역전쟁 장기화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경제 또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흔들리게 된다.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는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환율 전쟁의 소용돌이를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무역 분쟁은 미·중 정상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이인철 소장은 말한다.
미·중 정상회담에 무역전쟁 타결돼도 과제는 여전
장기화 기로에 놓였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대외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바꾸는 다각적인 노력으로 무역 분쟁의 변수에 대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