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미국과 중국이 휴전 이후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7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가진 양국은 일부 합의점을 찾으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구촌의 관심 속에 열린 무역협상을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조용찬 소장과 짚어본다.

G2, 휴전 후 첫 대면협상 차관급 논의로 탐색 돌입 

지난 7일 시작된 미·중 무역협상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새해 첫 협상으로 사전탐색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양국은 첫 협상부터 전력을 다했다. 미국은 관련부처 협상 실무자들을 대거 포진시켰고, 중국은 류허 부총리가 7일 차관급 협상장에 깜짝 방문해서 눈길을 끌었다. 미·중 무역 협상은 차관급 실무진 간 대화지만 중국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과 최소한의 양보로 끝내려는 중국이 입장 차를 어느 정도 좁힐지에 따라 확전과 정전. 미·중 무역전쟁이 갈림길에 서기 때문이다. 협상 전부터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양국은 3일간 협상을 벌였다.

미중 무역협상, 핵심 쟁점은? 

미ㆍ중 양국은 협상 의제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중국제조 2025, 농산물과 에너지 등이 주요 의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관행 철폐, 중국이 대미 보복 수단으로 삼아온 농산물과 공산물 교역 부분 등을 중국에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최근 대두 등 농산물 수입 재개를 통해 대미 보복을 완화했고, 최고인민법원에 지식재산권 법원을 설치하는 등 미국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은 협상 전후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중단하고, 미국산 대두를 추가로 구매하는 등 유화적 조치를 보였다. 당초 7일과 8일, 1박 2일이었던 협상 일정도 9일까지 하루 연장되면서 협상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양국이 광범위한 논의를 하면서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 배경에는 무역 분쟁으로 인한 타격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 

미국 또한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 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가 2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애플(Apple)은 미국 현지 시간 3일, 뉴욕 증시에서 6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양국 모두,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둔화되자 이견 좁히기에 나섰고, 일단 한 발씩 물러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미중, 핵심이슈 ‘본격 담판’ 남겨 

3일간의 차관급 무역 협상을 끝낸 미국과 중국은 “협상에 진전을 이뤘다”는 내용의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미국 현지 시간 9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사고,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고, 중국 상무부는 10일 성명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구조 변화와 지식재산권, 기술 보호 문제를 비롯한 핵심 쟁점은 고위급 협상의 몫으로 넘겼다. 그런데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외교안보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이다. 특히 핵심은 중국의 산업정책으로 지적재산권, 보조금 지급 등은 미국 입장에서는 불공정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전략과 관련된 부분으로 양보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우려되는 장기전, 갈등 관리의 지혜 필요해… 

미·중 무역 협상의 시한은 3월 1일. 그 때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무역전쟁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기초는 다졌지만 장기화의 우려는 커진 미·중 무역 협상, 앞으로 이어질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최종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