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Brexit)’가 뜨거운 이슈로 세계 중심의 한가운데에 있다. 현지 시간 15일 진행된 ‘브렉시트’ 정부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승인 투표는 역사상 가장 큰 표 차이로 부결됐다.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는 16일, 야당의 정부 불신임 위기를 넘기면서 정권을 유지하게 됐지만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향후 전망을 유럽 정치·경제 분야 전문가인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T학부 교수와 알아본다.
브렉시트 추진해온 영국 총리 노력, 사실상 수포로
영국의 ‘브렉시트’ 패닉은 계속되고 있다. 하원 불신임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메이 총리는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대체할 플랜 B를 마련했다. 플랜 B에 대한 하원 투표는 29일, 실시할 방침이라고 영국 가디언지는 보도했지만 플랜 B가 통과되더라도 EU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해진다. 가장 난감한 상황은 아무런 합의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현실화다.
‘노 딜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파장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EU와 다방면에 걸친 교류를 하면서 한 국가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영국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서 3월 29일, EU를 탈퇴하면 독자적인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물자가 원활하게 오가지 못해서 가격 폭등과 물류 부족 등을 겪을 공산이 크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 GDP는 8% 줄고, 실업률은 7.5% 늘어나며, 집값은 30%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도 중대한 위협이다. 세계은행은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과 EU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이후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등으로 충격이 확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 파장은 한국에도 미칠 전망이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우리나라 영향은?
지난 해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對) 영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입니다. 때문에 영국이 합의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더라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수출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이 합의안 없이 EU를 탈퇴하면 관세율이 오르는 등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승용차 관세는 무관세에서 최대 10%, 자동차 부품도 최대 4.5% 인상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노 딜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이후 유럽과 미국, 신흥시장 등이 피해를 입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서 한국은 수출 부진과 대외 리스크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지구촌은 ‘브렉시트’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브렉시트 발효 3월 29일까지 새 합의 도출 난망
메이 총리의 플랜 B와는 별개로 제2의 국민투표 개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이 EU를 나올 경우 어떤 형태든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파장을 줄이기 위해서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행일을 연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EU는 ‘노 딜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 영국이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그런데 영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안개 속으로 지금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할 때다.
한-영 FTA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
한국 정부는 합의안이 부결된 16일. ‘브렉시트’ 관련 대응 회의를 열고, 영국과의 개별 FTA 체결을 서두르기로 했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금융 대책반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과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전개 양상은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촘촘하게 짜고 후폭풍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