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토마스 렘봉 신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유치단이 부산을 찾았다.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에서 개각이 단행된 이후 이뤄진 첫 방한이었다. 경제성장 가속화에 초점을 맞춘 개각은 경제부처 수장 교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온 토마스 투자조정청(BKPM)장도 지난달 새로 임명된 인사다.

자원 부국(富國)인 인도네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09년(4.6%) 이후 최저치인 4.79%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이 같은 악재 극복을 위해 5%대 성장률로 복귀하는 것이 최대 현안이다.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방한한 이번 사절단에는 릴리 솔레 와르타디프라자 동부 자바 투자조정위원장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동부 자바주는 인도네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자바섬 동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34개주 중 하나다. 인구는 약 3900만명에 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수라바야(인구 약 300만명)가 동부 자바주의 주도다.

사절단이 부산에서 개최한 비즈니스 포럼은 릴리 위원장이 핵심 주제 발표자로 나서는 등 동부 자바 경쟁력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인도네시아 투자유치사절단이 한국에 와서 강조한 것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동부 자바’에 투자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동부 자바 성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투자’라고 하면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을 떠올리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자바섬 서쪽에 위치한 자카르타는 국내총생산(GDP)의 20~2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집중도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집중도 문제로 인프라스트럭처가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교통 체증, 임금·토지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가 들고나온 것이 소위 ‘동진(東進)’ 정책이다.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群島)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최우선적으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자바섬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되 앞으로 그 축을 동쪽 지역으로 삼겠다는 것이 투자사절단이 한국 잠재 투자자들에게 던진 핵심 메시지다.

릴리 위원장은 “동부 자바는 서부 자바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고, 인도네시아 최대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며 “동부 자바 경제성장률은 인도네시아 전체 경제성장률을 앞서고 있을 정도로 최근 경제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힘입어 지난해 동부 자바지역 경제성장률은 5.44%로 인도네시아 평균인 4.79%보다 높았다. 동부 자바지역 경제 구조를 살펴보면 가공산업이 가장 큰 비중인 30%를 차지한다. 이어 도소매업(18%), 농업·어업·산림(14%) 등의 순이다.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라바야 최저임금은 월 232달러(약 26만원)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복합 산업단지 ‘자바 통합 산업단지(JIIPE·Java IntegratedIndustrial and Ports Estate)’도 건설 중이다. 수라바야 시내에서 약 24㎞ 떨어진 그레식 지역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JIIPE는 항구, 주거단지가 겸비된 새로운 산업단지다. 릴리 위원장은 “한마디로 동부 자바는 신발,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들어설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동부 자바가 서부 자바에 비해 양호한 인프라, 경쟁력 있는 임금 등을 바탕으로 산업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비즈니스 포럼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 이유도 각별하다. 보통 투자 유치 비즈니스 포럼이라고 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행사가 부산에서 개최된 것은 투자유치사절단이 부산 지역에 밀집된 노동집약적 산업 관련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토마스 청장은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노동력과 한국 자본이 결합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사탕수수 원료 주산지인 동부 자바 내 한국 투자기업으로는 CJ, 미원(대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