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국내 면세점에서 씀씀이를 줄이던 외국인들이 다시 지갑을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전체 고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207달러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내국인은 각각 평균 345달러, 123달러를 썼다.
작년에는 전체 고객 1인당 구매액이 200달러였고 외국인과 내국인은 각각 약 337달러, 111달러어치 구매했다.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작년에 비해 올해 들어 약 8달러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데다 ‘큰손’으로 꼽혔던 유커(遊客)들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업계에 위기감이 퍼졌다. 매출이 부진했던 신규면세점들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6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8억6천968만달러로 메르스로 매출이 급감했던 작년 6월 4억7천189억달러보다 84.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2억6천92만달러에서 6억2천457만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올해 들어 외국인 매출은 3월부터 4개월 연속 6억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6월 이후 급감해 2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1인당 구매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면세점 업계에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는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위기가 반전되자 신규면세점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한국·중국·일본 국적의 지원자 중 3명을 선발해 1주일간 관광과 쇼핑을 하면서 홍보활동을 하면 주급 2만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두타면세점은 전속모델인 배우 송중기 주연의 웹드라마를 한국과 중국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고 관련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할 때마다 추첨을 통해 신세계상품권 100만원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둘러싸고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신규면세점들은 애초 새로 문을 연 면세점의 시장 안착에 주력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시내면세점 추가 진출 의지를 드러냈으며,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도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한화, 두산, 이랜드 등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여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며 “면세점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신규 출점에 부정적이었던 업체들도 하반기 특허 심사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